강릉 음식에는 동해안의 유교 전통부터 산촌, 어촌지역의 독특한 문화까지 천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강릉의 맛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움을 부여하려는 노력은 세계적인 ‘미식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져 왔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쌓아 올려진 미식문화를 기반으로 강릉시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미식 분야 가입이 승인됐다. 올해부터 회원도시로서 강릉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창의적인 미식문화 확장을 통한 관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올 가을, 강릉만의 미식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잇따라 개최된다. 강릉의 3대 대표 면 요리인 막국수, 장칼국수, 짬뽕을 비롯해 창의적인 이색 면 요리까지 만끽할 수 있는 ‘누들 축제’와 강릉 커피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안목에서 개최되는 ‘커피 축제’로 깊어지는 가을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의 향연을 선사한다.
■미식문화의 시대, 관광도시 강릉의 새로운 기회=독특하고 기억할만한 지역의 음식문화를 즐기는 것이 여행에서 중요해지면서 미식(Gastronomy·美食)은 관광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재)강원관광재단의 ‘강원특별자치도 관광 동향’에 따르면 올 8월 음식에 대한 소비가 1,556억원으로 2위인 숙박에 대한 소비(427억원)의 3배를 넘는다. 또 내비게이션 데이터 순위를 보면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강릉중앙시장’이 계절과 상관없이 10위권에 포함돼 있으며, 겨울인 12월에는 대표 관광지인 ‘경포해변’보다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BC카드의 소비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강릉의 대표 먹거리인 순두부의 경우 외지인 결제 건수가 현지인보다 4.8배 많았고, 물회와 닭강정도 각각 3배, 7.2배 이상 많았다.
이에 강릉시는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기반을 마련하고 콘텐츠 확충에 힘쓰면서 트렌드에 발맞춘 미식문화를 발전시켜 국제적인 인지도와 관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로 나아가는 강릉 미식: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강릉시는 올해부터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미식분야 회원도시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7개의 창의영역(문학, 음식, 미식, 공예, 영화, 미디어아트, 디자인)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가입도시를 선정하고 있으며, 현재 미식분야에 가입된 국내도시는 강릉과 전주가 유일하다.
시는 올 5월 태국 푸켓에서 열린 연례회의를 통해 첫 공식 행보에 나섰으며, 7월에는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개최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제16회 국제 연례회의에 김홍규 시장 등이 참석해 세계 350개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와 함께 강릉 미식문화의 국제화를 위해 지역 음식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새로운 음식문화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에서 창의적인 음식 발굴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미식도시 강릉’을 만들어 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강릉의 대표 면 요리가 한자리에…제3회 강릉 누들축제 개최=강릉은 높은 산맥과 바다라는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거칠지만 건강한 음식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대중성과 결합해 지역음식을 새롭게 해석, 독특한 미식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추장으로 양념을 대신한 장칼국수, 메밀을 이용한 막국수, 감자로 만든 옹심이가 대표적인 전통요리라면, 신선한 해물과 야채를 넣고 끓인 육수가 일품인 짬뽕은 요즘 강릉에서 꼭 맛봐야 할 먹거리로 손꼽힌다.
18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2024 누들 축제’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질 강릉의 면 요리와 미식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강릉을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할 면 요리부터 퓨전 면 요리까지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지난해 12개였던 누들존을 31개로 늘렸다.
강릉 오리지널 누들존 13개, 글로벌 누들존 7개, 뉴 누들존 4개로 면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사장을 구성해 한자리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양과 가격을 조절해 판매하며, 지역 조리학과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식존도 새롭게 운영한다.
강릉의 식재료로 나만의 누들 키트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누들요리 경연대회’가 현장에서 펼쳐진다.
■다시 안목 바다와 만나는 강릉커피…6번째 커피 이야기=강릉커피가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 것은 안목항에 즐비했던 커피자판기들이 다양한 맛을 위해 커피향과 바다의 만남을 시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또 한국의 대표 커피 장인이 강릉으로 이주해 온 우연이 결합되고,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며 커피는 강릉의 미식문화에 새로움을 부여했다.
커피 로스팅과 카페산업이 발전하고 디저트와 제과제빵 산업도 몸집을 키우며 옥수수, 감자, 순두부 등 향토 식재료와 결합해 강릉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있는 커피들이 속속 등장하며 강릉만의 미식 콘텐츠를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42만명이 방문하며 가장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손꼽히는 커피축제는 오는 24일부터 4일간 안목에서 ‘커피, 바다와 다시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열여섯번째로 열려 강릉커피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한다. 지역 로스터리 브랜드부터 유명 프렌차이즈까지 카페가 즐비한 커피거리를 축제의 중심으로 100인 100미 바리스타 핸드드립 퍼포먼스, 바다에서 즐기는 커피크닉, 레트로 느낌이 풍기는 안목다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와 커피의 조합이라는 강릉만의 브랜드를 강화한다.
■미식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국제관광도시 강릉=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 식재료를 활용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특유의 조리 비법 등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이 미식문화 발전의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자체의 관심과 노력으로 미식문화를 발전시켜야만 잠재력이 극대화되고, 미식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산업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도 이끌어 갈 수 있다.
강릉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회원도시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한민국 대표 미식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미식산업 선진화 전략을 바탕으로 민간의 창의적인 발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실질적인 이익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2030년 세계 100대 관광명소, 2040년 세계 100대 관광 도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미식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글로벌 수준에 걸맞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포용력 있는 지역 분위기를 조성해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익기기자 igjung@kwnews.co.kr
출처 : 강원일보 https://www.kwnews.co.kr/page/view/202410121255169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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